Introduction
현대 자동차에는 수많은 전자장치와 소프트웨어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오작동하거나 고장이 난다면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능 안전(Functional Safety) 개념과 국제 표준 ISO 26262를 도입하여 차량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안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자동차 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과 신입 엔지니어를 위해 기능 안전의 개념과 ISO 26262 표준의 주요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또한 ADAS 의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와 같은 실제 예시를 통해 ISO 26262 적용 방법을 살펴보고, 기능 안전 분야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팁도 함께 소개합니다.
1. 기능 안전 개념: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기능 안전(Functional Safety)이란 전기/전자 시스템의 오동작이나 고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허용 불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제품이 잘못 동작하더라도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기능 안전이 중요한 이유는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Electrical/Electronic systems)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경우 사고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 제어 장치의 결함으로 제때 제동이 되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나겠지요. ISO 26262 표준은 이러한 위험을 체계적으로 줄이고 자동차 부품들이 의도된 기능을 올바른 시점에 수행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한마디로, 기능 안전은 차량 내 전자 시스템의 안전망(safety net) 역할을 하며, 기술의 복잡도가 높아질수록 그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2. ISO 26262 표준 개요
ISO 26262는 자동차 전기/전자 시스템의 기능 안전을 다루는 국제 표준입니다. 2011년에 처음 발표되었으며(IEC 61508 표준을 자동차에 맞게 응용한 것), 2018년 개정판에서 적용 범위가 모든 도로 차량(승용차 외에 오토바이, 버스, 트럭 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 표준의 목표는 제품 설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여 허용 가능한 잔류 위험(acceptable residual risk)만 남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발생 가능한 위험을 식별하고 평가하여 (아예 제거할 수는 없더라도) 충분히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ISO 26262는 개발 전 과정에서 따라야 할 기능 안전 개발 프로세스를 규정하고, 위험의 크기에 따라 요구되는 안전 활동의 엄격도를 정하는 ASIL 등급 체계를 제시합니다.
ISO 26262의 구성 (Part 1 ~ Part 12)
ISO 26262 표준은 총 12개 부분(Part 1~Part 12)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품 수명주기의 각 단계별 요구사항과 가이드라인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는 각 파트의 주요 내용입니다:
- Part 1: 용어(Vocabulary) – 기능 안전을 논의할 때 사용하는 용어와 정의를 제공합니다. (예: 위험, 오작동, 결함, 오류 등의 정의)
- Part 2: 기능 안전 관리(Management of Functional Safety) – 조직적 관점의 안전 관리체계를 다룹니다. 회사 차원의 전체적인 안전 문화부터 프로젝트 단계별 안전 계획 수립, 조직 내 책임, 확인 및 검증 활동 등을 규정합니다.
- Part 3: 개념 단계(Concept Phase) – 초기 개념 설계 단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사항들을 규정합니다. 아이템 정의(Item Definition)를 통해 시스템 범위를 규정하고, 위험 분석 및 위험 평가(Hazard Analysis and Risk Assessment, HARA)를 수행하여 잠재적 위험을 식별하고 평가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만족해야 할 안전 목표(Safety Goals)를 정의합니다.
- Part 4: 시스템 레벨 개발(Product development at the system level) – 시스템 수준에서의 개발 요구사항을 다룹니다. Part 3에서 도출된 안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능 안전 개념(Functional Safety Concept)을 구체화하고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컴포넌트 분할, 시스템 수준의 통합 및 테스트 방법 등을 규정합니다.
- Part 5: 하드웨어 레벨 개발(Product development at the hardware level) – 하드웨어 설계 단계의 요구사항입니다. 하드웨어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사항, 예를 들어 하드웨어 아키텍처 메트릭 평가(Single Point Fault Metric, Latent Fault Metric 등)와 같은 무작위 하드웨어 고장에 대한 평가를 다룹니다. 또한 하드웨어 고장으로 안전 목표가 위배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 Part 6: 소프트웨어 레벨 개발(Product development at the software level) – 소프트웨어 개발 단계의 요구사항입니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설계, 단위 코드 설계 및 구현, 소프트웨어 검증 및 테스트 방안 등을 다룹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서 흔히 사용하는 C언어 코딩의 경우 MISRA-C와 같은 안전한 코딩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권고하며, 결함을 줄이기 위해 정적 분석, 동적 테스트, 결함 모드 및 영향 분석(FMEA)이나 결함 나무 분석(FTA) 등의 기법도 활용됩니다.
- Part 7: 생산 및 운영(Production, operation, service, decommissioning) – 개발이 끝나 제품이 출시된 이후의 양산, 운영, 서비스 단계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다룹니다. 안전 관련 부품을 생산할 때 품질을 보장하는 프로세스 수립, 차량 운용 시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 리콜 시의 조치, 그리고 차량 및 부품의 폐기(Decommissioning) 시 안전 확보 등에 대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 Part 8: 지원 프로세스(Supporting Processes) – 안전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원 활동에 관한 요구사항입니다. 예를 들어 요구사항 관리 및 추적성 관리, 형상 관리(Configuration Management), 변경 관리(Change Management), 도구 검증(툴 셋업 시 해당 툴이 안전한 개발에 적합한지 검증), 재사용 컴포넌트의 평가(예: 이미 개발된 부품을 사용할 때 안전 적격성 평가) 등이 해당됩니다.
- Part 9: ASIL 지향 및 안전 분석(ASIL-oriented and safety-oriented analysis) – 안전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적으로 수행되는 세부 분석 기법들을 다룹니다. 여기에는 ASIL 분해(ASIL Decomposition)라고 불리는 기법(하나의 높은 ASIL 요구사항을 독립적인 이중 경로로 나누어 각각 낮은 ASIL로 구현하는 방법), 상호 의존 고장 분석(Dependent Failure Analysis), 그리고 시스템/하드웨어/소프트웨어 레벨에서의 정량적 안전 분석 기법들이 포함됩니다.
- Part 10: 가이드라인(Guidelines on ISO 26262) – ISO 26262의 각 요구사항과 개념들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해설하는 지침서 역할을 합니다. 표준의 다른 파트들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한 추가 설명과 예시를 제공하여 사용자가 표준을 올바르게 해석하도록 도와줍니다.
- Part 11: 반도체 가이드라인(Application of ISO 26262 to semiconductors) – 2018년 개정판에서 추가된 파트로, 반도체 부품(예: 시스템온칩 SoC, 마이크로컨트롤러 등) 개발시 ISO 26262를 적용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와 IP 공급자를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칩 설계 단계에서 기능 안전 요건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 Part 12: 오토바이 적용(Adaptation of ISO 26262 for Motorcycles) – 역시 2018년 추가된 파트로, 이륜차(모터사이클)에 ISO 26262를 적용할 때의 특이사항을 다룹니다.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와 달리 운전자 개입도가 높고 주행 특성이 다르므로, 모터사이클용 모터사이클 안전 등급(MSIL) 도입, 모터사이클에 맞는 HARA 수행, 시험 방법 등을 제시합니다.
핵심 개념: HARA, ASIL, 안전 목표 등
ISO 26262를 이해하려면 몇 가지 핵심 개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개발 프로세스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용어들로, 아래와 같습니다:
- HARA (Hazard Analysis and Risk Assessment): 위험 분석 및 평가를 의미합니다. 제품 또는 기능이 어떤 위험(Hazard)을 유발할 수 있는지 식별하고, 그 위험의 심각도(Severity), 발생 빈도(Exposure), 운전자가 제어할 수 있는 통제 가능성(Controllability)을 분석하여 위험도를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HARA 결과를 토대로 해당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 목표와 안전 요구사항이 도출됩니다. 쉽게 말해, "어떻게 다칠 수 있는가? 얼마나 자주 그런 상황이 생길까? 운전자가 막을 수 있을까?"를 따져보는 단계입니다.
- 안전 목표 (Safety Goal): 최상위 수준의 안전 요구사항입니다. HARA를 통해 식별된 각 위험 시나리오(위험 이벤트)에 대해 시스템이 만족해야 할 목표를 서술한 것입니다. 안전 목표는 해당 위험을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위험도에 따라 ASIL 등급이 할당됩니다. 예를 들어 "만약 차량 앞에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나도 자동 제동을 수행하여 충돌을 피할 것"과 같은 문장이 안전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하위 시스템 개발은 이 상위 안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루어집니다.
- ASIL (Automotive Safety Integrity Level): 자동차 안전 무결성 등급으로, HARA 결과에 따라 식별된 위험의 수준을 A부터 D까지 4단계로 분류한 것입니다. ASIL D가 가장 높은 위험 수준을 의미하며, ASIL A가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ASIL 등급이 높을수록 개발 과정에서 더 엄격한 안전 조치와 검증이 요구됩니다. 한편, 안전과 무관한 수준으로 판단되면 QM(Quality Management)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별도의 특별한 안전 개발 프로세스 대신 일반 품질관리만으로도 충분함을 뜻합니다.
이 외에도 Item(아이템), Hazardous event(위험 이벤트), FMEA/Fault Tree, Fault, Failure, Error 등의 개념이 있지만, 기본 원리는 위 용어들을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어떤 위험이 있고 -> 얼마나 위험한지 등급을 매기고(ASIL) -> 그것을 막기 위해 어떤 목표와 요구사항을 설정하여 관리할 것인가"입니다.
3. ISO 26262 기능 안전 개발 프로세스
ISO 26262에서는 차량 개발 단계마다 기능 안전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안전 수명주기(safety lifecycle)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설계, 구현, 검증, 생산, 운영,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안전을 고려하도록 한 일련의 프로세스입니다. 아래에서는 ISO 26262에 따른 개발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요약하여 설명합니다:
- 개념 단계 및 위험 분석: 먼저 개발 대상 시스템이나 기능(아이템)을 정의하고 위험 식별 및 평가(HARA)를 수행합니다. 여기서 시스템이 야기할 수 있는 모든 잠재적 Hazard(위험)를 찾아내고, 각각에 대해 심각도(얼마나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지), 노출도(그 상황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통제 가능성(운전자가 이를 쉽게 제어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이러한 평가를 통해 위험 수준(ASIL)을 결정하고, 안전 목표(Safety Goals)를 수립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브레이크가 오작동하더라도 차량이 안전하게 정지할 것"과 같은 안전 목표가 이 단계에서 도출됩니다.
- 개념 설계 단계 (기능 안전 개념 수립): 앞선 단계에서 마련된 안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이템 수준에서 전체 각 구성 요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계합니다. 이를 기능 안전 개념(Functional Safety Concept)이라고 부르며, 아이템이 어떤 원리로 위험을 통제할지 큰 그림을 그리는 단계입니다. 큰 그림, 즉 아이템 수준에서의 안전 아키텍처를 정의하고, 해당 아키텍처가 안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구성 요소 별 수행해야 하는 기능 안전 요구사항(Functional Safety Requirements)을 정의하며 아이템에 포함되어 있는 시스템에 각 기능 안전 요구사항을 할당 합니다. 추가로, 예를 들어, "이중 회로 브레이크 시스템을 사용하여 하나의 회로가 실패해도 다른 회로가 제동을 수행한다"와 같은 설계 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단계에서 필요에 따라 ASIL 분해(Decomposition)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주 높은 ASIL의 기능을 독립적인 두 경로로 나누어 각 경로를 낮은 ASIL로 구현함으로써 전체 안전 목표를 만족하는 방법입니다 (예: 하나의 센서를 두 개로 이중화하여 각 센서에 할당되는 요구사항의 ASIL을 낮추는 방식).
- 시스템 설계 단계 (기술 안전 개념 수립): 이제 시스템에서는 기존 설계된 시스템 아키텍쳐에 할당 된 기능 안전 요구사항을 달성 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솔루션이 포함된 기술 안전 개념 (Technical Safety Concpet) 을 설계합니다. 이는 시스템이 어떤 원리 또는 솔루션으로 위험을 통제할지 구체적으로 설계합니다. 기술 안전 개념을 설계하며, 해당 시스템이 기능 안전 요구사항을 달성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기술 안전 요구사항 (Technical Safety Requirement) 을 정의하며 이를 시스템의 하위 구성요소에 할당합니다. 시스템 설계 단계의 결과물로 시스템 아키텍처, 기능 블록 다이어그램, 상위 수준의 안전 메커니즘 설계 등이 도출됩니다.
- 하드웨어 개발 단계: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별 하드웨어 부품의 설계 및 구현 단계입니다. 각 하드웨어 구성요소에 할당된 안전 요구사항을 만족하도록 회로를 설계하고, 필요한 경우 고장 검출 및 대응 메커니즘을 추가합니다. 예를 들어, 센서의 출력 이상을 모니터링하는 진단회로, 마이크로컨트롤러의 워치독(Watchdog) 타이머 등이 해당합니다. 또한 하드웨어 단계에서는 무작위 하드웨어 고장(Random Hardware Failure) 에 대한 신뢰성 평가도 수행됩니다. ISO 26262는 Single Point Fault Metric, Latent Fault Metric 등의 지표를 통해 설계된 하드웨어가 단일 고장으로 안전 목표를 위협하지 않도록 요구하며, 이러한 지표를 계산하여 하드웨어 안전도를 입증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어떤 부품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차량이 즉시 위험해지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소프트웨어 개발 단계: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구현 단계입니다. 할당된 기술 안전 요구사항을 소프트웨어 안전 요구사항으로 정제하고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모듈별로 개발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ISO 26262는 안전한 코딩 표준의 준수를 권고하는데, 대표적으로 MISRA C와 같은 코딩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잠재적 버그나 비정상 동작을 유발하는 코딩 습관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규칙 모음입니다. 또한 소프트웨어 단계에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수적입니다. 각 유닛에 대한 단위 테스트, 통합 테스트를 수행하고, 경계 조건에서의 동작을 확인하며, 정적 분석 도구를 활용해 런타임 오류나 메모리 오류 등의 위험을 사전에 찾아 수정합니다. 필요시에는 소프트웨어적인 결함 주입 테스트를 통해 특정 모듈이 오동작할 경우 시스템이 제대로 오류를 감지하고 안전 상태로 들어가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 통합 및 검증 단계: 개발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여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증 및 확인(Verification & Validation)을 수행합니다. 검증 단계에서는 설계 단계에서 정한 안전 요구사항들이 모두 만족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센서 신호 오류를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감지하는가?, Failsafe 모드로 전환하는가?" 등을 시험합니다. 시험 방법으로는 기능 시험, 부하/스트레스 시험, 결함 주입 시험 등이 사용됩니다. 결함 주입 테스트란 인위적으로 센서 값을 이상하게 넣어보거나 회로 일부를 장애가 난 것처럼 만들어보는 것으로,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안전하게 동작하거나 최소한 안전하게 고장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편 안전 확인(Validation) 단계에서는 개발된 시스템이 실제 차량 환경에서 안전 목표를 충족하는지 입증합니다. 예를 들어 겨울철 빙판길 주행, 고속도로 급제동 상황 등 실제 운전 조건을 재현하여 시스템의 동작을 시험합니다. 모든 테스트 결과는 문서화되어 추적성을 유지해야 하며, 요구사항부터 시험 결과까지 일관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추적성은 Part 8의 중요 항목 중 하나입니다).
- 생산 및 운영 단계: 제품이 양산되어 고객에게 인도된 후의 운용 단계에서도 기능 안전 프로세스는 지속됩니다. 생산 단계에서는 초기 개발 시 설정한 대로 제품이 일관되게 만들어지도록 품질 관리가 중요합니다. 작업자 실수나 부품 불량으로 인한 문제가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생산 공정에서의 검사 체계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운영 단계에서는 차량이 도로에서 운행되는 동안 발생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기 정비, 혹은 리콜 등의 상황에서 기능 안전 요구사항이 계속 유지되도록 관리합니다. 만약 차량 소프트웨어에 변경이 생기면 (예: OTA 업데이트) 반드시 기능 안전 측면에서 변경 영향 평가를 거쳐야 하며, 필요한 경우 재검증을 수행합니다. 또한 운용 중 수집되는 현장 데이터를 통해 잠재적 안전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심각한 사고나 결함 사례가 발견되면 원인을 분석하여 설계 개선이나 추가 조치를 취합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시스템이 수명 종료되어 폐기(decommissioning)될 때에도 환경이나 잔류 위험 측면에서 안전하게 처리되어야 합니다.
요약하면, ISO 26262 개발 프로세스는 "개념 단계에서 위험을 식별(HARA) → 기능 안전 요구사항과 설계를 수립 → 기술 안전 요구사항과 설계를 수립 →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구현하면서 안전 메커니즘 적용 → 단계별 테스트와 통합 검증 → 양산 후에도 변경 관리 및 피드백"의 흐름으로 전개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성되는 문서화된 산출물(work products)들은 나중에 기능 안전 감사(Functional Safety Audit)나 기능 안전 평가(Functional Safety Assessment) 시에 증빙 자료로 활용되므로 꼼꼼히 작성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4. 실무 사례: ADAS 기능 (AEB, 자동긴급제동)의 ISO 26262 적용
이제 실제 사례로, 많이 알려진 ADAS 기능 중 하나인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 Automatic Emergency Braking)에 ISO 26262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AEB는 차량 전방의 충돌 위험을 감지하여 운전자 브레이크 개입이 없을 경우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는 첨단 운전자 지원 기능입니다. 안전을 위한 중요한 기능인 만큼, ISO 26262에 따른 철저한 개발 프로세스가 적용됩니다.
① Hazard 식별: 먼저 AEB 기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 Hazard(위험)를 생각해봅니다.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두 가지입니다:
- Hazard 1: 필요한 순간에 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 예를 들어 앞차와의 충돌이 임박했는데도 AEB 시스템이 오작동으로 제동을 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충돌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 Hazard 2: 불필요한 상황에서 잘못 제동이 걸리는 경우 – 예를 들어 실제로는 장애물이 없거나 충돌 위험이 없는데 AEB 시스템이 잘못된 신호로 인해 급제동을 거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뒤따라오던 차에 의한 후방 추돌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② 위험 평가 (HARA): 위에서 식별한 각 Hazard에 대해 HARA 절차를 수행하여 위험도를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Hazard 1 (제동 안 되는 경우)을 고려해보면, 고속도로 주행 중 이런 일이 발생하면 매우 심각한 충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Severity는 최고 수준(S3: 생명 위협 수준)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고속도로나 일반 도로 주행에서 전방 차량이 갑자기 멈추는 상황은 꽤 발생할 수 있는 운행 조건(E3: 중간 확률)에 해당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시스템이 제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 경고 알람이 작동한 경우에는 운전자가 보통의 경우 어느정도 통제 가능 할 수 있다(C2: 보통의 경우 통제 가능)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S3, E3, C2 조합의 위험 이벤트는 ISO 26262 기준으로 ASIL B 등급에 해당하며, 중간 정도의 안전 대책이 필요합니다. Hazard 2 (불필요 제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고속 주행 상황 등을 가정하면 심각도 S3, 빈도 E3, 통제 가능성 C2 정도로 평가되어 ASIL B 정도가 할당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험에 대한 시나리오를 평가할 때에는 속도나 주행 조건 등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③ 안전 목표 수립: 각 Hazard에 대해 **Safety Goal(안전 목표)**을 정립합니다. Hazard 1에 대응하는 안전 목표의 예시는 "긴급 충돌 위험 시 차량은 자동 제동을 수행하여 충돌을 피할 것"입니다. Hazard 2의 경우 "운전자가 제동을 원치 않는 정상 상황에서는 자동 제동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안전 목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안전 목표들은 앞서 평가된 Hazard의 ASIL을 그대로 할당받게 됩니다 (예: 첫 번째 안전 목표는 ASIL B 수준의 요구사항). 안전 목표는 시스템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가 되므로, 이후 단계에서 구체화되는 모든 세부 안전 요구사항과 설계는 이 안전 목표들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④ 기능 안전 개념 및 설계: 안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EB 시스템의 전체 동작 원리와 아키텍처를 설계합니다. 여기서는 센서 구성, 신호 처리 로직, 제어 액츄에이터 등에 안전 메커니즘을 설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Hazard 1 (제동 실패)을 방지하려면 센서의 신뢰성과 제어의 이중 확보가 중요합니다. AEB는 일반적으로 전방 레이더와 카메라 등의 다중 센서를 이용하는데, 이러한 센서 Fusion을 통해 레이더와 카메라 정보를 교차 검증(cross-checking)함으로써 단일 센서 오작동을 발견하면 시스템이 그 정보를 무시하거나 축소된 기능 모드(예: 경고만 하고 제동은 하지 않는 모드)로 전환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제동 장치 쪽에는 이중 회로 브레이크 시스템이나 제동 명령을 모니터링하는 진단 기능을 넣어, 만약 제동 명령 신호가 전달되지 않으면 예비 회로가 이를 수행하거나 운전자에게 경고등을 띄우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⑤ 구현 및 검증: 상위 단계에서 설계된 개념을 바탕으로 센서 모듈 개발, 제어 ECU 소프트웨어 코딩, 액츄에이터 구동 회로 설계 등이 진행됩니다. 개발 과정에서는 ISO 26262의 요구사항에 맞게 각 구성요소가 ASIL B (혹은 해당 할당된 ASIL) 수준의 품질과 신뢰성을 충족하도록 구현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코드는 MISRA-C 규칙을 준수하며 철저한 코드 리뷰와 테스트를 거칩니다. 하드웨어는 ASIL B에 요구되는 고장 감내 설계를 반영하여 PCB 레이아웃 단계부터 크리티컬 신호 경로를 중복되게 두거나 보호회로를 추가합니다.
구현 후에는 단위 테스트 -> 통합 테스트 -> 시스템 테스트의 단계별 검증을 통해 AEB 시스템이 안전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확인합니다. 또한 HIL(Hardware-in-the-Loop)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하여 실제 차량을 모사한 환경에서 결함 주입 테스트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 센서 입력을 일정 시간 끊어버리거나 잘못된 거리를 보고하도록 만들어 시스템이 이를 고장으로 인지하고 적절히 대응(백업 센서인 레이더에 의존하거나 운전자에게 경고)하는지 확인합니다. 브레이크 액츄에이터의 경우 한쪽 채널을 죽여보고 나머지 채널로 차량이 감속되는지 시험합니다. 이러한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야만 AEB 시스템이 양산 차량에 적용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는 간략히 축약한 것이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방대한 분석과 테스트가 이루어집니다. AEB처럼 ADAS 기능은 안전과 직결되므로, ISO 26262의 요구에 따라 개발 문서도 수백 페이지에 이르고, 팀 간 협업(시스템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하드웨어 엔지니어, 테스트 엔지니어, 기능안전 담당자 등이 모두 참여)이 필수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최종 제품에 ASIL 인증(예: ASIL B 준수)이 붙게 되고, 소비자는 해당 기능이 안전 표준을 충족하여 신뢰할 수 있음을 보증받게 됩니다.
5. 기능 안전 분야 취업 준비생 및 신입사원을 위한 팁
자동차 기능 안전은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분야로, 관련 인력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능 안전 직무를 준비하거나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능 안전 직무 이해하기: 우선 Functional Safety Engineer와 같은 직무가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기능안전 엔지니어는 개발 팀과 협업하여 HARA 수행, 안전 계획 수립, 안전 요구사항 관리, 각 단계 산출물에 대한 확인/검증 활동을 주도합니다. 또한 프로젝트 전반의 추적성 관리와 최종 기능 안전 평가(FS Assessment) 대응도 맡게 됩니다. 따라서 시스템 공학적인 시야와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ISO 26262에 대한 전반적 지식이 요구됩니다. 신입이라면 우선 ASIL, HARA, FMEA, FTA와 같은 키워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학교나 개인 프로젝트에서 시스템 설계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을 안전 측면에서 분석해보는 연습을 해보면 좋습니다. 간단한 예로, 라즈베리파이나 아두이노로 만든 자율주행 RC카 프로젝트가 있다면 여기에 기능 안전 개념을 적용해 “어떤 고장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어떻게 감지/대응할 것인가?”를 문서로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이런 연습은 면접 때도 큰 어필이 됩니다.
- 표준 및 규격 학습: 가능하다면 ISO 26262 표준 원문을 한 번 훑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높지만, 핵심 챕터(Part 3, 4, 5, 6 등)에서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해 두면 실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여의치 않다면 시중의 기능 안전 해설서적이나 온라인 기술 블로그 자료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회사나 자동차 부품사의 기술 아티클, 세미나 자료에 ISO 26262 요약이 종종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업계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능 안전과 밀접한 자동차 전장 구조, 임베디드 프로그래밍, 신뢰성 공학 등에 대한 기초 지식을 함께 쌓으시면 이해에 폭이 넓어집니다.
- 관련 자격증 취득: 기능 안전 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인 자격 인증이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TÜV SÜD에서 운영하는 ISO 26262 Functional Safety Certification Program (FSCP)이 있습니다. 이는 기능 안전 표준 (IEC 61508 및 ISO 26262)에 대한 개인의 지식을 시험을 통해 인증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합격 시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TÜV Rheinland의 FS Engineer 인증, TÜV Nord의 FSCAC/FSCAE 인증 등 여러 기관에서 교육 과정과 시험을 거쳐 자격을 부여합니다. 신입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계발 차원에서 이러한 자격증 공부를 하는 과정 자체가 실력을 키워주며, 취득한다면 채용 과정에서 전문성을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산업 동향 및 확장 영역 학습: 기능 안전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다른 분야와 연계되어 발전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안전을 논할 때는 ISO 26262 외에 SOTIF(Safety Of The Intended Functionality, ISO 21448)라는 기준도 함께 고려됩니다. 또, 차량의 사이버보안 이슈가 부각되면서 ISO 21434 (Automotive Cybersecurity)와 기능 안전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최신 동향도 파악해 두면 좋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두 깊게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용어나 개념 정도는 알아두고 들어가면 회사에서 업무를 배울 때 수월합니다.
- 면접 및 커리어 팁: 기능 안전 직무로 면접을 볼 때에는 지원자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사고하는지를 많이 봅니다. 따라서 어떤 기술 질문을 받더라도 안전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를 함께 언급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를 설계할 때 중요한 점은?"이라는 질문에 기술 스택만 나열하기보다 "안전한 동작을 위해 센서 오류에 대비한 이중화가 필요하다"와 같은 언급을 추가하면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신입이라면 처음부터 기능안전 전담 부서가 아닌 개발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개발 업무를 경험해 보면 기능 안전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왜 필요한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기능 안전 전문 역할로 이동하거나, 개발 경력 위에 기능 안전 책임을 추가로 맡는 등 커리어 경로를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기능 안전에 대한 이해와 능력을 갖춘 인재를 높이 평가하며, 사실상 ISO 26262 준수는 업계의 디팩토 표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관련 역량은 앞으로도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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