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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XCP (파라미터 측정 및 캘리브레이션)

XCP (Universal Measurement and Calibration Protocol) – 개념과 구조

by 멘토_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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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XCP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현대 자동차에는 수십 개의 전자제어장치(ECU)가 들어가며, 각 ECU에는 수많은 제어 변수와 보정값(캘리브레이션 파라미터)이 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은 ECU 내부 변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이 때 사용되는 표준 통신 프로토콜이 XCP입니다. XCP란 Universal Measurement and Calibration Protocol(범용 측정 및 캘리브레이션 프로토콜)의 약자로, ECU와 캘리브레이션 도구(예: PC 기반 소프트웨어)를 연결하여 ECU 내부 메모리의 데이터를 읽고 쓰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네트워크 프로토콜입니다​. 쉽게 말해, 차량 ECU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튜닝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XCP가 중요한 이유는 자동차 개발자들이 ECU의 성능을 효율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게 해주는 공통된 표준이기 때문입니다. XCP 도입 이전에는 각 제조사나 ECU마다 고유한 방법으로 계측/캘리브레이션을 수행하였지만, XCP를 사용하면 여러 ECU와 여러 개발 도구 사이의 호환성이 확보되어 개발 효율이 크게 향상됩니다. 또한 XCP를 통해 차량 운행 중에도 ECU 파라미터를 조정하거나 내부 변수를 실시간 기록할 수 있어서, 실제 조건에서 차량 제어 로직을 테스트하고 개선하는 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XCP의 기본 개념 (CCP와의 관계)

 

XCP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전 세대 프로토콜인 CCP(CAN Calibration Protocol)를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CCP는 이름 그대로 CAN 버스 상에서 ECU의 메모리에 접근하여 데이터를 읽고 쓰는 프로토콜로 1990년대에 등장했습니다. CCP를 사용하면 개발자는 ECU의 내부 변수 값을 읽어서 측정하거나 값을 써서 보정할 수 있었는데, 이는 XCP와 목적이 유사합니다. XCP는 CCP의 후속 버전으로서 기능 개선과 확장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CCP와 마찬가지로 ECU의 메모리 주소를 지정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주소 기반의 통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ECU 메모리의 특정 주소(예: 0x1234)에 있는 센서 값을 읽어오거나, **다른 주소(예: 0x9876)**의 보정 파라미터 값을 변경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ECU의 동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Measurement)하고 튜닝(Calibration)할 수 있게 됩니다.

 

CCP와 XCP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지원하는 통신 매체의 범위입니다. CCP는 CAN 버스 전용이었던 반면, XCP는 다양한 버스 시스템에서도 동작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실제로 XCP의 'X'다양한(eXtended 또는 Universal) 통신 매체에서 쓰일 수 있다는 의미로 붙은 것으로, CAN, LIN, FlexRay, Ethernet, USB 등 여러 종류의 네트워크 위에서 동일한 프로토콜 계층이 동작합니다​. 다시 말해, XCP는 물리적인 전달 매체(transport layer)와 프로토콜 층이 분리되어 있어서 어떤 통신 경로를 사용하든 동일한 캘리브레이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XCP는 이식성확장성이 높으며, 심지어 저성능 8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부터 고성능 프로세서까지 폭넓은 ECU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XCP는 CCP 대비 여러 기술적 개선사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XCP는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블록 단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능(Block Transfer)을 도입하여 버스 사용률을 최적화했고, ECU가 전송하는 데이터에 타임스탬프를 포함할 수 있어서 측정 데이터의 시간 정밀도를 향상시켰습니다​. 이 밖에도 동기식 데이터 자극(Stimulation) 기능으로 ECU의 일부 알고리즘을 바이패스하여 테스트할 수 있다든지, ECU가 부팅되자마자 초기 데이터를 측정하는 Start-up 측정 지원, 플러그 앤 플레이식의 ECU 자동 인식 기능 등 다양한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요약하면 XCP는 CCP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더 높은 유연성성능을 제공하는 프로토콜입니다​.

 

XCP의 등장 배경 (왜 만들어졌는가?)

그렇다면 XCP는 어떤 필요에 의해 탄생했을까요? 1990년대 중후반 CCP가 등장하면서 ECU 캘리브레이션 분야에 공통 표준의 시대가 열렸지만, CCP는 1999년 이후로 업데이트가 중단되어 더 이상 새로운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 차량 전장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CAN 이외의 새로운 통신망(예: LIN, FlexRay)과 더 높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매체들(예: Ethernet)이 ECU에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마이크로컨트롤러 자체에 JTAG 등의 디버그 인터페이스가 내장되어 ECU 메모리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환경도 발전했지요​. 기존 CCP로는 이러한 새로운 통신 매체들과 고속 데이터 전송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ASAM 표준화 기구는 차세대 프로토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3년 마침내 XCP 1.0 표준이 제정되었습니다​. XCP는 처음부터 버스 독립적인 설계를 목표로 개발되었고, CAN뿐만 아니라 FlexRay, Ethernet 등 다양한 네트워크에서도 동작할 수 있도록 범용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ECU 제조사와 차량 제조사, 그리고 계측 장비 업체 간에 한 가지 프로토콜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ECU별로 UART나 CAN 등 각기 다른 캘리브레이션 방식을 썼다면, XCP 도입 후에는 모든 ECU가 한 가지 공용 언어(XCP)를 말하게 되어 학습 비용 감소도구 재사용성 향상이라는 이점이 생겼습니다. 또한 XCP는 ECU 소프트웨어를 빈번히 수정하지 않고도 다양한 측정·보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XCP 프로토콜 스택만 ECU에 포함해두면, 새로운 파라미터를 추가로 측정하거나 조정하고 싶을 때 ECU 코드를 다시 컴파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이처럼 유연성과 범용성을 갖춘 XCP의 등장은 복잡해지는 자동차 전자제어 분야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주었습니다.

 

XCP와 ASAM의 관계 (ASAM 인터페이스 모델)

XCP를 얘기할 때 ASAM이란 단체와 그 인터페이스 모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ASAM(Association for Standardization of Automation and Measuring Systems)**은 자동차를 비롯한 계측·제어 분야의 표준을 제정하는 국제 컨소시엄으로, CCP와 XCP 모두 이 ASAM에서 관리하는 공식 표준입니다​. ASAM은 ECU 캘리브레이션 시스템의 구조를 체계화하기 위해 **MCD (Measurement, Calibration, Diagnostics)**라는 인터페이스 모델을 정의했는데, 쉽게 말해 ECU 캘리브레이션 생태계를 구성하는 세 가지 계층의 표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 세 가지 ASAM 인터페이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 ASAM MCD-1 (인터페이스 1): 마스터-슬레이브 간 통신 프로토콜을 정의합니다. 캘리브레이션 도구(호스트 PC 소프트웨어 등)를 Master로, ECU를 Slave로 두고 명령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프로토콜이 해당됩니다. CCPXCP가 바로 ASAM MCD-1에 속하는 표준이며, 과거에는 ASAP1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다시 말해 XCP는 ASAM MCD-1 클래스의 프로토콜 표준인 것입니다.
  • ASAM MCD-2 (인터페이스 2): ECU의 측정/캘리브레이션 데이터베이스 형식을 정의합니다. 여기에는 ECU 내부의 어떤 주소에 어떤 이름의 변수와 보정값이 있고, 단위와 변환 공식은 무엇인지 등의 메타정보가 포함됩니다. ASAM MCD-2는 흔히 ASAP2라고 불리며, 이에 따른 파일 포맷이 바로 A2L 파일입니다​. A2L 파일은 ECU 내 변숫값의 레이아웃과 속성을 기술한 표준 포맷으로, XCP와 짝을 이루어 동작합니다. 마스터(캘리브레이션 도구)는 A2L 파일을 참조하여 ECU 메모리의 어떤 주소가 어떤 의미의 데이터인지를 알아낸 후 XCP로 해당 주소를 읽거나 쓰는 것이죠​. 이렇게 **데이터 설명 파일(A2L)**을 활용하므로, ECU 프로그램 자체에는 측정 변수에 대한 정보가 하드코딩될 필요가 없고, XCP 프로토콜 스택만 탑재하면 됩니다​. 변수에 대한 상세 정보는 마스터 측에서 관리되므로, ECU 소프트웨어를 변경하지 않고도 다양한 계측 및 튜닝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 ASAM MCD-3 (인터페이스 3): 측정/캘리브레이션 소프트웨어와 상위 어플리케이션 간의 인터페이스를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테스트 자동화 소프트웨어나 기타 외부 프로그램이 캘리브레이션 툴(예: CANape, INCA 등)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API 표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CD-3은 구체적으로 ASAM MCD-3 MC 등의 하위 표준으로 나뉘며, 이는 측정 & 캘리브레이션 서버를 원격 제어하기 위한 객체 지향 API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MCD-3 단계의 내용은 일반적인 XCP 사용자의 입장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자동화 측면에 관련된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정리하면, ASAM의 인터페이스 모델 속에서 **XCP (ASAM MCD-1)**는 ECU와 캘리브레이션 도구 사이의 통신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고, **A2L/ASAP2 (ASAM MCD-2)**와 함께 ECU 캘리브레이션 시스템의 핵심을 이룹니다. ASAM이 이러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ECU 개발 생태계의 표준화가 촉진되었고, 여러 벤더의 도구와 ECU 사이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 확보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XCP의 구조: Master-Slave 방식과 네트워크 토폴로지

XCP 통신은 철저히 Master-Slave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Master는 계측 및 캘리브레이션을 수행하는 호스트 측 도구(예: 개발용 PC 소프트웨어, 데이터 로거 등)이고, Slave는 그 대상이 되는 ECU입니다. 항상 Master가 명령을 보내고 Slave가 응답하는 형태로 동작하며, Slave는 수동적으로 Master의 요청에 따라 메모리 값을 보내주거나 써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편 XCP는 Single-Master/Multi-Slave 개념을 갖고 있어서, 한 대의 Master가 **여러 ECU(Slave)**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대의 노트북(마스터 프로그램)이 차량 내 엔진 ECU, 변속기 ECU, ABS ECU 등 여러 ECU에 순차적으로 접속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파라미터를 보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Slave(ECU)는 동시에 두 개 이상의 Master와 통신하지는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한 ECU를 두 사람이 동시에 다루는 혼란을 방지합니다.

 

네트워크 토폴로지 측면에서, XCP는 어떤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 물리적 구성이 달라집니다. CAN 버스 위에서 XCP를 사용할 때는 모든 ECU와 Master가 한 버스를 공유하는 다중접속 구조가 됩니다. 이 경우 각 XCP Slave는 CAN 메시지 식별자나 Station Address 등을 통해 자신에게 온 요청인지 식별하고 응답하게 되죠. Ethernet 위에서 XCP를 사용할 때는 일반적인 이더넷 스타 토폴로지를 따르게 됩니다. Master와 각 ECU가 이더넷 스위치를 통해 연결되지만, IP 주소/포트 번호를 통해 서로 통신하므로 논리적으로는 일대일 연결과 다름없습니다. 요컨대 XCP 프로토콜 자체는 Master-Slave의 논리만 규정하며, 실제 물리 배선 구조는 CAN, LIN, FlexRay, Ethernet 등 사용되는 운송 계층(transport layer)에 따라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든 Master는 Slave에게 명령을 보내고 Slave는 응답한다는 구조만은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죠.

 

XCP의 프로토콜 계층은 두 개의 층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상위 계층은 XCP 표준 자체이고 하위 계층은 물리 네트워크에 따른 운송 계층입니다​. 예를 들어 XCP on CAN의 경우 CAN 2.0/FD 프레임 형식을 운송 계층으로 쓰고, XCP on Ethernet의 경우 TCP/IP나 UDP/IP 프로토콜을 운송 계층으로 사용하지만, 그 위에서 교환되는 XCP 표준 명령들은 동일한 형식을 갖습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XCP를 구현한 계측 툴은 통신 매체만 달리하여 여러 환경에 대응할 수 있고, ECU 개발자는 XCP 프로토콜 스택만 포함하면 어떤 버스로 접속하든 동일한 방식으로 측정/캘리브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Conclusion: XCP의 활용성과 장점

오늘날 XCP는 자동차 ECU 개발 현장에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는 XCP를 통해 엔진, 섀시, 바디 등의 다양한 ECU에 원격으로 접속하여 동작 변수들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즉석에서 파라미터를 조정하면서 차량 성능을 다듬을 수 있습니다. XCP의 가장 큰 장점범용성과 호환성에 있습니다. 하나의 표준 프로토콜로 다양한 ECU와 캘리브레이션 툴이 서로 통신할 수 있으므로, OEM과 부품 공급업체 사이의 협업이 수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한 완성차 업체(OEM)가 여러 공급업체의 ECU들로 구성된 차량을 개발할 때, XCP를 지원하는 ECU라면 각기 다른 업체의 ECU라도 동일한 도구로 동시에 캘리브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ECU 공급업체 입장에서도 자사 ECU를 사용하는 여러 OEM들의 다양한 캘리브레이션 소프트웨어(예: ETAS INCA, Vector CANape 등)와 모두 연동 가능한 ECU를 만들 수 있으므로, 상호 운용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실시간성고성능 데이터 수집 역시 XCP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XCP는 ECU 내부에서 마이크로초(us) 단위의 고속 데이터 취득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엔진이나 변속기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스템의 동적 거동을 상세히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에 동기화된 측정(event-synchronized measurement)을 통하여, 단순한 주기적 샘플링 이상으로 ECU 내부 이벤트에 맞춘 정밀한 데이터 로깅이 가능하고,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통해 제어 알고리즘의 타이밍과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XCP는 플래시 메모리 재프로그래밍 기능도 포함하고 있어, ECU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거나 실험용 기능을 주입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개발 초기에 진단 프로토콜(예: UDS)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에도 XCP로 ECU에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할 수 있어 유연한 개발 단계 진행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XCP의 경량 설계와 확장성은 큰 이점입니다. 프로토콜 자체가 최소한의 오버헤드로 구성되어 ECU 측 자원 소모가 적고, 필요한 기능만 선택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 작은 ECU부터 대용량 ECU까지 폭넓게 적용됩니다​. 동시에 확장성이 좋아서 새로운 기능 추가나 향후 등장하는 통신 매체에도 대응할 수 있게 표준이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XCP 1.4에서 DAQ 개선, 1.5에서 디버깅 기능 추가 등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XCP는 ECU 개발의 핵심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표준화된 프로토콜 덕분에 개발자들은 ECU 튜닝과 테스트에 집중할 수 있고, 다양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조합에서도 일관된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범용성, 실시간성, 호환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은 XCP는 앞으로도 차량 전자제어 분야에서 계측 및 캘리브레이션의 든든한 기반으로 활약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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