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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XCP (파라미터 측정 및 캘리브레이션)

XCP: ECU 개발을 위한 범용 측정 및 캘리브레이션 프로토콜 소개

by 멘토_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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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P란 무엇인가?

XCP는 Universal Measurement and Calibration Protocol의 약자로, 전자제어장치(ECU)의 내부 메모리 데이터를 읽고 쓰기 위해 사용되는 표준 네트워크 프로토콜입니다​. 자동차 ECU의 계측(Measurement) 값을 읽어오고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파라미터를 실시간으로 조정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개발 단계부터 테스트, 차량 튜닝에 이르기까지 활용하는 ECU 개방형 인터페이스입니다​. 원래 1990년대에 CAN Calibration Protocol (CCP)이라는 프로토콜이 CAN 버스를 통해 ECU 내부 변수에 접근하는 데 사용되었는데, XCP는 그 후속 프로토콜(successor)로서 2003년에 ASAM(자동화 및 계측 시스템 표준화 협회)을 통해 표준으로 제정되었습니다​.

 

ASAM에 따르면 XCP의 주요 목적은 *“ECU의 내부 파라미터를 조정하고 내부 변수들의 현재 값을 획득하는 것”*이며, 이름의 첫 글자 ‘X’는 다양한 버스 시스템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XCP는 버스에 독립적(bus-independent)인 프로토콜로, CAN 외에도 LIN, FlexRay, Ethernet, USB 등 다양한 통신 매체를 통해 동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특정 통신만 지원하는 CCP와 달리 XCP는 범용적(universal)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또한 XCP는 CCP 대비 ECU의 리소스 사용 효율을 높이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개선하는 등 여러 기능적 향상이 이루어진 표준이기도 합니다​.

 

왜 XCP가 필요한가?

현대 ECU 개발에서는 엔진이나 변속기 등의 튜닝 및 최적화를 위해 ECU 내부 변수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엔진 제어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할 때 연료 분사량 등의 파라미터 값을 바꾸고 그 영향으로 출력이나 배기가스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하며 반복 실험을 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실행 중인 ECU 내부에 직접 접근하여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각 제조사나 개발 단계마다 상이한 전용 프로토콜과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상호 호환성이 떨어지고 설정이 번거로웠습니다. XCP는 ECU 내부 동작을 들여다볼 수 있는 표준 창구를 제공함으로써, 개발자들이 마치 “블랙박스였던 ECU의 속을 들여다보고” 높은 빈도의 내부 데이터를 추출하거나 알고리즘의 파라미터를 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를 통해 ECU 튜닝과 검증 작업을 제조사에 관계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어 개발 효율이 크게 향상됩니다.

 

결국 XCP가 필요한 이유는 ECU 개발 프로세스의 표준화와 효율화 때문입니다. XCP 등장 이전에는 모델 시뮬레이션 환경, PC 소프트웨어 환경, 실제 ECU 등 각 환경마다 통신 프로토콜과 데이터 형식이 제각기 달라 개발 단계 간 계측/캘리브레이션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재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XCP 표준이 도입됨으로써 이러한 어려움이 해소되고, 하나의 통합된 방법으로 ECU 내부 데이터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CCP와의 차이점

XCP는 앞서 언급한 CCP를 계승하여 개발되었으며, 기능적으로 향상된 부분이 많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지원하는 통신 버스의 범위입니다. CCP가 CAN 버스를 통한 통신만 염두에 둔 반면, XCP는 이름 그대로 어떤 버스(X)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XCP on CAN, XCP on Ethernet과 같이 다양한 물리 계층에서 동작할 수 있는 모듈식 구조를 가집니다. 그 결과, 차량 네트워크가 CAN-FD나 Ethernet 등으로 발전하더라도 XCP 프로토콜 자체는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어 미래 대응력이 높습니다.

 

또한 XCP는 CCP에 비해 데이터 전송 효율과 확장성이 개선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XCP는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블록 전송하는 명령을 지원하여 고속 계측에 유리하며, ECU의 CPU/RAM 점유를 최소화하도록 경량화되어 있어 8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에서도 구현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설계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XCP는 ECU의 실시간 동기화 측정(타임스탬프를 활용한 정밀 측정)과 실시간 파라미터 자극(STIM: stimulation, ECU 알고리즘에 외부에서 데이터 주입) 기능 등을 포함하고 있어 보다 정교한 테스트와 검증 작업이 가능합니다​. 요약하면, XCP는 CCP의 한계를 보완하며 현대적인 ECU 개발 요구사항에 맞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XCP의 등장 배경: ECU 개발 및 최적화 과정에서의 필요성

XCP 프로토콜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ECU 개발 프로세스의 복잡성 증가표준화 요구가 있습니다. ECU 소프트웨어는 모델 기반 설계, C 코드 구현, 컴파일된 목적코드 등 여러 단계로 개발되며, 각각의 단계는 다른 실행 환경(예: 시뮬레이션 PC, 실제 ECU 하드웨어 등)에서 동작합니다​. 이때 각 단계별로 계측 및 캘리브레이션 도구가 ECU와 통신하는 방식이 제각기 다르면 개발자가 일관된 튜닝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업체마다 자체 프로토콜이나 포맷을 사용해 ECU 내부 데이터를 읽고 썼기 때문에, 동일한 파라미터 값을 조정하는 것도 환경마다 다른 방법을 써야 했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독일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ECU 계측/캘리브레이션을 위한 표준 프로토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1990년대 중반의 CCP 표준이고, 이후 다양한 요구 사항을 반영하여 2003년에 XCP 1.0 표준이 발표되었습니다​. CCP를 개발한 작업 그룹 (ASAP, 후에 ASAM으로 개칭)에는 Audi, BMW, VW 등 OEM들과 계측 시스템 업체들이 참여하여 업계 표준을 만들어냈는데​, XCP 역시 이 표준화 작업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특히 CAN 이외의 다른 네트워크(예: LIN, FlexRay, Ethernet 등)의 등장과 ECU 기능 확대로 인한 데이터량 증가가 XCP 탄생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ECU 개발자들은 XCP 도입으로 다양한 버스 환경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ECU를 계측/제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ECU 소프트웨어 최적화 작업의 반복 사이클을 크게 단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XCP의 주요 개념

이제 XCP 프로토콜의 핵심 개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XCP는 ASAM에 의해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Master-Slave라는 클라이언트-서버 구조를 따르며, 주소 지향적 메모리 접근을 특징으로 합니다. 각각의 개념을 하나씩 쉽게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ASAM과 XCP 표준화

ASAM(Association for Standardization of Automation and Measuring Systems)은 자동차 계측/제어 시스템의 표준을 제정하는 국제 협회로, XCP도 ASAM에서 관리하는 표준 중 하나입니다​. ASAM은 ECU 계측 및 캘리브레이션 분야의 여러 표준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두었는데, 이를 ASAM MCD (Measurement, Calibration, Diagnostics) 인터페이스 모델로 부릅니다. XCP는 이 모델 중 MCD-1 부분에 해당하는 프로토콜입니다​. ASAM의 인터페이스 모델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Interface 1: ASAM MCD-1 (XCP 프로토콜) – ECU와 계측/캘리브레이션 시스템 간 물리적 통신 프로토콜을 정의합니다. XCP가 여기에 속하며, ECU 내부 메모리에 접근하기 위한 버스 독립적인 표준 프로토콜을 제공합니다​.
  • Interface 2: ASAM MCD-2 (ECU 기술 파일) – XCP로 다룰 ECU 변수들의 메모리 주소와 속성을 기술한 파일 형식을 정의합니다. 일반적으로 A2L 파일이라고 불리는 설명서 파일로, 변수 이름을 실제 메모리 주소에 매핑한 정보들이 들어 있습니다​. XCP는 주소 지향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변수의 주소를 일일이 알기 어려워, 이 A2L(description) 파일을 통해 변수 식별자를 주소로 연결하는 것이죠​.
  • Interface 3: ASAM MCD-3 (자동화/원격 인터페이스) – 상위 레벨의 테스트 자동화 시스템이나 기타 어플리케이션이 계측/캘리브레이션 도구에 접속하여 ECU를 제어할 수 있는 표준 API를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시험실의 테스트 벤치 소프트웨어가 캘리브레이션 툴을 원격 제어하여 XCP를 통해 ECU 파라미터를 조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면 HIL(Hardware-in-the-Loop) 시뮬레이터나 엔진 시험기와 같은 장비가 표준화된 방법으로 XCP 통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ASAM은 XCP를 단독의 프로토콜로만 정의한 것이 아니라 ECU 변수 설명 파일(A2L)과 자동화 API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표준 체계로 다루고 있습니다. 초보자는 이 점을 기억하면 XCP의 주변 개념(A2L 파일, 자동화 인터페이스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XCP Master와 XCP Slave의 역할

XCP 통신은 Master-Slave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XCP Master는 계측/캘리브레이션을 수행하는 외부 도구를 의미하고, XCP Slave는 그 도구와 통신되는 ECU 내부의 XCP 기능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Master는 요청하고 Slave는 응답하는 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노트북에서 실행되는 캘리브레이션 소프트웨어(예: ETAS INCA, Vector CANape와 같은 툴)가 XCP Master가 되며, 차량에 장착된 ECU의 메모리에 상주하는 XCP 프로토콜 스택이 XCP Slave로 동작합니다. Master는 ECU에게 특정 메모리 주소의 데이터를 보내달라는 요청(예: “주소 0x1000부터 2바이트 읽어와”)을 보내거나, 어떤 값으로 메모리를 써달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Slave는 ECU 내 해당 주소를 읽거나 써서 그 결과를 Master에게 전송해줍니다.

 

XCP의 싱글-마스터/멀티-슬레이브(single-master/multi-slave) 개념상, 하나의 Master는 동시에 여러 ECU(Slave)와 통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대의 PC 소프트웨어(Master)가 차량 내 엔진 ECU, 변속기 ECU 등 여러 ECU(Slave)와 동시 연결되어 각기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파라미터를 보낼 수 있죠. 반대로 각 ECU(Slave)는 한 시점에 오직 하나의 Master와만 통신하도록 제약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의 ECU에 두 개 이상의 툴이 동시에 명령을 보내 충돌하는 상황을 방지합니다.

 

정리하면, XCP Master = ECU를 제어하는 툴, XCP Slave = 제어받는 ECU 측 응답자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Master는 필요한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설정을 변경하고, Slave는 이를 수행하는 역할로 분담되어 있습니다.

 

XCP의 주소 지향적인 동작 방식

XCP의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주소 지향(address-oriented) 통신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XCP가 ECU 내부 데이터를 식별할 때 메모리 주소를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엔진 회전수를 나타내는 변수를 읽고 싶다면 그 변수의 메모리 시작 주소 (예: 0x20012345)를 알아야 합니다. XCP Master는 해당 주소를 XCP Slave에 보내 “이 주소의 값을 읽어서 보내줘”라는 식으로 요청하고, Slave는 메모리에서 값을 읽어 전달합니다​.

 

하지만 개발자가 일일이 ECU 펌웨어의 메모리 주소를 외울 수는 없겠죠. 그래서 앞서 설명한 A2L 파일(ASAM MCD-2 표준)이 사용됩니다. A2L 기술 파일에는 ECU 프로그램에 포함된 모든 측정 변수와 캘리브레이션 파라미터의 메모리 주소, 데이터형, 단위 등의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XCP Master 툴은 이 A2L 파일을 불러와 변수 이름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대응되는 메모리 주소를 알아내어 XCP Slave와 통신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XCP 통신 자체는 주소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사용자는 A2L을 통해 이름으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마치 건물 관리인이 각 방에 번호(주소)를 붙여 놓고 무전기로 보고를 주고받는 것과 같습니다. 건물 내 특정 물건의 상태를 알고 싶으면 “102호 방의 온도를 알려주세요”처럼 호수(메모리 주소)를 지정해 요청하고, 관리인(ECU)은 미리 가진 방 정보 목록(A2L)을 참고하여 해당 호수의 방에 가서 측정한 뒤 값을 알려주는 것이죠. 이처럼 XCP는 주소를 기반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매우 유연하며, ECU 소프트웨어를 다시 컴파일하지 않고도 필요한 임의의 메모리 값을 읽거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XCP의 구조

XCP는 마스터-슬레이브 구조를 기반으로 동작하며, 물리적인 네트워크 상에서는 Bus 방식 통신을 합니다. 여기서 Bus 방식이란 한 통신선에서 여러 장치가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를 말하며, 대표적으로 CAN 버스가 이에 해당합니다. XCP 자체는 특정 버스에 종속되지 않지만, CAN, Ethernet 등 다양한 버스 위에서 동작할 때 그 버스의 특성에 따라 통신 형태가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CAN에서는 여러 노드가 하나의 버스를 공유하므로 동시에 한 노드씩만 전송이 가능하고, Ethernet의 경우 병렬 다중 통신이 가능하지만 XCP 프로토콜은 여전히 단일 Master 기준으로 세션을 유지합니다.

 

마스터-슬레이브 구조와 Bus 방식

XCP 프로토콜의 논리적 구조는 한 Master와 다수 Slave의 관계로 이루어지고, 실제 하드웨어 연결은 차량 네트워크의 버스 토폴로지를 따릅니다​. Master와 Slave들은 동일한 버스(또는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으며, Master는 버스를 통해 각 Slave와 주소 지정된 패킷을 주고받습니다. 이때 버스가 CAN이라면 XCP 메시지가 CAN 프레임에 실려 전송되고, Ethernet이라면 TCP/UDP 패킷으로 캡슐화되어 전송되는 식입니다​. 중요한 점은 프로토콜 계층은 동일하고 그 전송 수단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즉 XCP 프로토콜 레이어는 버스 종류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동작하고, 하위의 전송 레이어만 CAN용, Ethernet용 등으로 바뀌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모듈화 덕분에 XCP를 구현한 ECU라면 어떤 버스를 통해서도 Master 툴과 통신할 수 있게 됩니다.

 

버스 방식의 통신 특성상 하나의 버스에 Master는 한 대만 존재하고, 그 Master가 여러 ECU(Slave)를 폴링하거나 브로드캐스트하며 제어합니다​. 각 메시지에는 식별자(ID)나 주소 필드가 포함되어 있어 어떤 Slave를 대상으로 하는지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CAN 기반 XCP의 경우, 일반적으로 PID(Prototcol ID)나 CAN ID 할당을 통해 특정 ECU와 통신 세션을 맺습니다. Ethernet 기반 XCP에서는 각 ECU IP와 포트를 지정하여 개별 연결(TCP/IP 세션)을 설정하게 됩니다. 이처럼 XCP의 구조는 1대 N 통신을 염두에 두고 있고, 네트워크 토폴로지도 한 명의 지휘자(Master)가 여러 연주자(Slave)를 지휘하는 형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토폴로지: 1 Master, 여러 Slave

XCP 사용 시의 전형적인 네트워크 구성은 “1 Master – N Slave”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한 시험 차량에 엔진, 변속기, ABS 등 여러 ECU가 장착되어 있을 때, 이들을 하나의 CAN 혹은 Ethernet 네트워크로 묶고 단일 PC 기반 도구(Master)가 연결됩니다. 그러면 PC에서 실행되는 XCP Master 소프트웨어는 각 ECU들과 개별적으로 세션을 맺고 통신을 주고받게 됩니다.

 

각 ECU(Slave)에는 고유의 Station 주소 또는 ID가 부여되어 Master가 대상 ECU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Master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순차 질의(polling)를 하거나, 또는 DAQ(데이터 수집) 모드를 설정하여 Slave들이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보내도록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동시에 두 명의 Master가 하나의 ECU에 명령을 보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약 개발용 PC와 별개의 데이터 로거 장비 두 대가 한 ECU를 동시에 XCP로 접근하려 하면 충돌이나 데이터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XCP 프로토콜은 한 ECU-Slave 당 한 Master와만 세션을 맺도록 규정합니다​. 그러므로 테스트베드 환경에서 여러 PC가 한 ECU를 접근해야 할 경우, 한 대의 PC만 XCP Master로 ECU와 통신하고 다른 PC들은 상위 자동화 인터페이스(MCD-3)를 통해 그 Master PC에 접근하는 식으로 구성합니다.

 

ASAM MCD 인터페이스 모델 (MCD-1, MCD-2, MCD-3)

앞서 XCP 주요 개념에서 ASAM의 인터페이스 모델 세 가지(Interface 1, 2, 3)를 소개하였습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MCD-1 XCPECU와 캘리브레이션 툴 간 통신 프로토콜이고, MCD-2 MCECU 변수의 메타정보를 담은 기술 파일 형식(A2L), 그리고 MCD-3 MC캘리브레이션 툴을 원격 제어하기 위한 API 표준입니다​.

 

ASAM MCD-1 XCP 표준은 버스와 무관한 메모리 접근 서비스를 정의한 베이스 표준과, CAN, FlexRay, Ethernet, USB 등에 대한 전송 계층 부속 표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편 ASAM MCD-2 MC (ASAP2라고도 함) 표준은 A2L 파일 포맷을 규정하여, XCP로 접근할 모든 측정/캘리브레이션 데이터에 대한 이름, 주소, 데이터 타입, 변환 공식 등을 기술합니다​. 마지막으로 ASAM MCD-3 MC 표준은 객체 지향적인 API 인터페이스를 정의하여, 테스트 스크립트나 자동화 소프트웨어(클라이언트 프로그램)가 캘리브레이션 툴(서버 역할)에 접속해 ECU 접근을 간접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테스트 자동화 시스템이 MCD-3 API를 사용하면 “캘리브레이션 툴에게 변수 X를 이 값으로 설정하고 5초 후 변수 Y를 읽어와라”와 같은 명령을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내려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캘리브레이션 툴(Master)이 XCP를 통해 ECU(Slave)에 해당 명령을 수행하고, 결과를 자동화 시스템에 돌려주는 식입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사용자는 GUI로 수동 조작하던 계측 작업을 스크립트나 테스트 시나리오로 자동화할 수 있고, 대량의 파라미터 튜닝 실험이나 내구성 시험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XCP의 활용 예시

XCP는 ECU의 개발, 테스트, 튜닝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XCP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CU 파라미터 측정 및 캘리브레이션 사례

가장 일반적인 활용은 엔진/변속기 ECU의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과 파라미터 튜닝입니다. 예를 들어 차량 개발자가 엔진 제어 ECU의 연료 분사 맵을 최적화하고자 한다고 해보죠. 개발자는 ECU에 XCP로 연결한 뒤, 연료 분사량에 관한 파라미터 값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면서 그에 따른 엔진 RPM, 토크, 배기가스 온도 등의 측정 변수 데이터를 XCP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일이 코드를 수정하여 ECU를 플래싱하지 않고도 실행 중에 즉각 파라미터를 바꿔가며 실험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레이싱 게임의 튜닝 모드에서 실시간으로 차량 세팅을 바꾸는 것처럼, 실제 차량 ECU 내부 값을 달라지는 상황에 맞춰 조절해보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XCP Master 툴에서는 A2L 파일을 통해 ECU의 "연료 분사량 보정 값"이라는 파라미터의 메모리 주소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 주소에 새로운 값을 써넣으라는 XCP 명령(Write)을 보내 ECU 설정을 변경합니다. 동시에 "엔진 RPM"이나 "분사기 펄스 폭" 등의 측정 신호 주소를 주기적으로 읽어오는 DAQ 설정을 해두면, ECU Slave는 매 사이클마다 해당 값들을 Master에게 전송해줍니다. 개발자는 PC 화면에서 숫자나 그래프로 변하는 엔진 상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원하는 대로 값이 조정되는지 확인합니다. 아래는 간단한 XCP 사용 예시 코드로, Python 유사 코드 형태로 ECU 변수 읽기/쓰기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 예시: XCP를 이용한 ECU 변수 읽기 (Python 형태의 의사 코드)
import xcp  # 가상의 XCP 라이브러리 임포트

# 1. XCP Master를 초기화하고 ECU(XCP Slave)에 연결 (예: CAN 버스 ID 0x100 사용)
xcp.connect(transport="CAN", device_id=0x100)

# 2. A2L 파일에서 'Engine_Speed'라는 변수의 메모리 주소를 얻는다
engine_speed_addr = a2l.get_address("Engine_Speed")

# 3. XCP를 통해 해당 메모리 주소로부터 데이터 읽기 (2바이트를 little-endian으로 읽는다고 가정)
data_bytes = xcp.read(address=engine_speed_addr, length=2)
engine_speed = int.from_bytes(data_bytes, byteorder='little', signed=False)
print(f"현재 엔진 속도: {engine_speed} RPM")

# 4. 'Fuel_Injection_Quantity' 파라미터의 주소를 얻어 새로운 값으로 써서 실시간 캘리브레이션
fiq_addr = a2l.get_address("Fuel_Injection_Quantity")
new_value = (150).to_bytes(2, byteorder='little')  # 예를 들어 150이라는 값을 2바이트로 변환
xcp.write(address=fiq_addr, data=new_value)
print("연료 분사량 보정 값을 150으로 변경했습니다.")

 

 위 코드는 실제 동작하는 완성된 코드는 아니지만, XCP의 기본적인 사용 흐름을 보여줍니다. 먼저 XCP Master가 ECU에 연결하고, A2L에서 얻은 변수의 메모리 주소를 사용해 read로 값을 읽고 write로 값을 쓰는 과정입니다. 실제 구현에서는 오류 처리나 세션 설정, ECU 측 보안 인증(Seed/Key) 등이 필요하지만, 초보자께서는 XCP의 핵심이 "메모리 주소를 기반으로 값을 읽고 쓰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엔지니어들은 차량 시험 주행 중에도 랩탑을 연결해 ECU 내부 변수를 모니터하거나 보정하여 엔진 성능을 미세 조정(tuning)할 수 있습니다.

 

XCP를 이용한 테스트 벤치 자동화

XCP는 수동 작업뿐 아니라 자동화된 테스트 환경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엔진 시험실에서 엔진 시험 대(Test bench)에 ECU를 장착해 놓고 수백 가지의 파라미터 세트를 평가해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XCP의 원격 제어 인터페이스(MCD-3 MC)를 활용하면 시험 장비의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ECU 캘리브레이션 툴에 명령을 보내 일련의 테스트를 무인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 소프트웨어는 시나리오에 따라 XCP를 통해 ECU 파라미터를 바꾸고, 일정 시간 엔진을 가동한 후, 다시 XCP로 성능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스크립트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1. ECU의 점화 타이밍 파라미터를 XCP로 +2도 조정한다.
  2. 엔진에 부하를 걸고 5분간 구동한다.
  3. XCP로 엔진 출력, 연비, 배기 온도 등의 측정 데이터를 실시간 기록한다.
  4. 엔진을 정지시키고 ECU 파라미터를 원래대로 복원한다.
  5. 결과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다음 파라미터 셋으로 반복한다.

 

이러한 자동화된 테스트는 수십~수백 시간에 달하는 내구 시험이나 매트릭스 실험에 매우 유용합니다. XCP를 사용하면 테스트 시나리오의 각 단계마다 ECU에 프로그래밍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므로, 개발자는 일일이 개입하지 않고도 다양한 조건에서 ECU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특히 HIL 시뮬레이터와 결합하면 가상의 차량 환경에서 ECU 소프트웨어를 돌려보며 XCP로 내부 상태를 모니터링 및 제어할 수 있어, 실제 차량에 장착하기 전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활용 예로, 데이터 로거 장비가 XCP Master로 동작하여 주행 중 ECU 데이터를 기록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ECU 내부 데이터를 로깅하려면 별도의 진단 소프트웨어나 맞춤 개발이 필요했지만, XCP를 지원하는 데이터 로거를 차량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ECU 내부 변수들을 선택적으로 로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동 운전 개발 등에서 방대한 센서/제어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데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XCP는 엔지니어의 수동 튜닝 작업부터 대규모 자동화 테스트까지 폭넓게 쓰이는 만능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Conclusion (맺음말)

지금까지 XCP의 개념과 구조, 활용 방안을 살펴보았습니다. 핵심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XCP는 ECU 내부 메모리에 실시간으로 접근하여 데이터를 읽고 쓰기 위한 범용 프로토콜입니다. 이를 통해 ECU의 동작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제어할 수 있습니다​.
  • XCP는 ASAM 표준(ASAM MCD-1 XCP)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버스에 독립적이라 CAN, Ethernet 등 다양한 통신망에서 동일한 프로토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Master-Slave 구조로 동작하여 하나의 Master 툴(예: PC 소프트웨어)여러 ECU(Slave)를 동시에 관리하고, 각 ECU는 한 번에 한 Master와만 통신합니다​.
  • XCP는 메모리 주소 기반으로 변수 접근을 하기 때문에, 변수 정보가 담긴 A2L 파일과 함께 사용되어 사용자에게는 변수 이름 기반의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 ECU 개발에서 XCP가 중요한 이유는 제조사와 상관없이 표준화된 방법으로 ECU 튜닝 및 진단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개발 시간 단축과 품질 향상이 이루어지며, 복잡한 현대 ECU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예컨대 엔진 캘리브레이션 엔지니어는 XCP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XCP는 사실상의 산업 표준 툴로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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